‘줄서 독서실&스터디카페’를 운영한지도
어언 2년째 접어든다.

다른 대부분의 운영자들이 무인 키오스크를 통해
운영하는 것과 달리 나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대부분을 ‘줄서 독서실&스터디카페’에 나와서
책도 보고 신문도 보고 청소도 하다보니
회원들에 대해 자연스레 알게 된다.
누가 성격은 더럽지만 공부는 열심히 하는지,
누가 성격은 좋지만 공부는 덜렁덜렁 하는지를.
하루 이틀 짧게 왔다가는 회원들은 알 수 없지만
2개월 이상 장기 회원들은 성향이 눈에 들어온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가면서도 안타까운 회원들은
바로 성격이 너무 좋은 회원들이다.
내가 보기에 이 회원들은 성격이 너무 좋다.
인사성도 좋고, 쾌활하고, 매사 긍정적이고,
인생을 즐겁게 사는 것 같다.
근데 평상시에는 그런 성격이 필요하지만
그건 나중에 원하는 시험 합격하고 누리고
지금처럼 공부할 때 만큼은 조금은 비장해지고,
조금은 걱정스러워지고, 조금은 냉정해져야 한다.
공부하는 지금 만큼은,
‘내가 이 시험에 합격하지 못하면 무얼 해먹고 살지?’,
‘이렇게 공부해서 이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까?’,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수시로 해봐야 한다.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하는 회원들의 표정을 보면
비장미 같은게 살짝 느껴진다.

근데 성격좋은 회원들한테서는 비장미는 커녕
보면 볼수록 편안하고 안온함이 느껴진다.
시험이 코앞인데 누나 애기가 아프다고 같이 병원가주고,
(난 솔직히 내 애기가 아퍼도 안갔을 것 같다. ^^)
자기를 엄청 예뻐해줬던 고모가 돌아가셨다고
장례식장에서 3일을 보내고 눈이 벌개서 오고,
친한 친구가 제주도 와서 연락왔다고 나가서 술마시고 오고….
모르겠다.
시험이 6개월 이상 남았다면 조금 용인이 될지도.
하지만 시험이 2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았는데
원장인 나보다 공부를 더 안해서 어쩌잔 말인가!
이런 회원들하고 나하고는 사이가 좋다.
왜? 원장에 비해 회원들 성격이 좋잖아!
하지만 본질을 망각하면 안된다.
우리 ‘줄서 독서실&스터디카케’에 나오는 목적이
원장하고 잘 지낼려고 나오는 건 아니지 않은가!
그러다보니 종종 ‘그러면 안된다’고 잔소리도 하고,
주말에 늦게 나오면 ‘빨리 나오라’고 문자도 보내곤 한다.
하지만 나도 이게 비지니스다.
매번 다그칠 순 없다.
왜?
이 일을 1년이상 해보니 견적이 조금 나오더라.
아무리 좋은 말도 계속하면서 다그치니까
회원이 부담스러워 하더라.
그래서 늦게 나오면 나를 슬슬 피해 다니더라.
그러다가 더 여러번 늦어지면 나보기가 미안해서
다른 독서실로 옮기더라.

그래서 요즘은 잔소리 한도가 찼다고 생각하면
좀 답답하더라도 일절 잔소리 하지 않는다.
그냥 씨익 웃으면서 “시험 얼마 안 남았으니
즐겁게 열심히 하자고!” 하고 만다.
그러면서 내 자신에게 타이른다.
‘잔소리 하지마라!
저 회원은 내 장기 고객이 될려고 그러는거다.
저 회원이 이번에 시험 떨어져서 또 등록하면
1년짜리 장기고객 생기고 좋잖아’ 라고.
하지만 내가 진짜 원하는 건 이런게 아니다.
잔소리, 쓴소리 팍팍 해대서 회원들을 정신차리게 만들어서
한번에 원하는 시험에 합격시키는 거다.
그리고 합격한 회원들이 입소문을 내주는 거다.
‘줄서 독서실&스터디카페’에 가면 원장이 존나 잔소리 하는데
그걸 견디기만 하면 원하는 시험에 한번에 합격한다’ 고.
그래서 회원이 물밀듯이 밀려오는게
내가 원하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세상일이 어디 내 맘대로 되나?
초저녁인데 오늘도 책상에 불만 켜놓고
어디가고 없는 성격 좋은 회원 책상을 지나다가
잡생각이 들어 한자 적어 보는거다.

우리 ‘줄서 독서실&스터디카페’ 회원들의 성격이
공부할 때 만큼은 원장처럼 좀 더러워지길
2025년은 간절히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