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적인 판단 vs 몸이하는

10년에 한번 걸릴까 말까 하는 몸살 감기가 올려고 한다.

‘줄서 독서실&스터디카페’ 하기 전에는

감기몸살이 오거나 말거나 신경쓰지 않았다.

그냥 개무시하고 놔두면 혼자 그냥 사라졌다.

하지만 ‘줄서 독서실&스터디카페’를 운영한 이후로는

아주 사소한 몸의 변화에도 사전예방이 중요해졌다.

매일 24시까지 ‘줄서 독서실&스터디카페’를 지켜야 하기에

컨디션이 아주 중요해졌다.

그냥 놔둘까 하다가 더 안좋아지면 곤란할 것 같아

태어나서 처음으로 편의점가서 몸살감기약을 샀다.

몸살감기약과 쌍화탕 한병을 사가지고 나오는데

몸이 말을 걸었다.

“쏘주가 마시고 싶다”고.

이거시 뭔 씨추에이션이여?

편의점을 나와서 문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렷다.

몸 상태가 이런데 왜 몸이 술을 요구하지?

더군다나 지금 시각이 23:30분인데?

이성은 안된다고 하는데 몸은 자꾸 술을 요구했다.

어떡한다?

술을 살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다가

몸이 하는 말을 듣기로 했다.

다시 들어가서 쏘주를 한병 샀다.

‘줄서 독서실&스터디카페’로 돌아와 마무리를 하고

푸드룸에서 일전에 알바하는 학생이 준 닭발을 덥히고,

마늘 짱아치를 꺼낸 후 종이컵에 2/3를 채워 한잔했다.

속이 시원했다.

안주를 한점 먹고 다시 2/3컵을 마셨다.

속이 조금 누그러지는 기분이었다.

다시 안주를 한점 하고 이번에 1/2컵만 따랐다.

몸이 그렇게 하라고 시켰다.

이렇게 서서 15분정도에 걸쳐서 한병을 마시고 나니

몸이 훈훈해지면서 감기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진짜 떨어져 나가는 건가?

술기운인가?

시한부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가는 요양병원이 있는데

그곳에 가면 마약성분의 강력한 진통제를 거의 매일 주사해 준다지.

그래서 낼 모래 죽을 환자들도 면회가면 이런다지.

“저 거의 다 나았어요. 요즘 컨디션 엄청 좋아요”

“조만간 퇴원해도 될 것 같아요”

마약성분 때문인지 모르고 그런 소리하는 거지.

그러다가 그 다음날 죽는다지.

내일 아침에 일어나 보면 알겠지.

진짜 떨어져 나간건지,

아님 술기운 때문이었는지를.

그리고 앞으로는 이번을 반면교사 삼으면 되겠지.

몸이 하는 말을 들어야 하는지,

이성적인 판단을 해야 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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