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 코드엑스(CodeX) 펠로우십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몇가지 면에서

나보다 치열하게 사는 사람을 직접 본적이 없다.

첫째, 신문.

나보다 신문을 치열하게 읽는 사람을 직접 본적이 없다.

오래전 ‘인물과 사상’이란 책을 썼던 전북대

강준만 교수가 하루 13개 본다는 글을 봤었고,

최근에 세이노가 하루 37개를 봤다는 내용을

책에서 본적은 있지만 나보다 신문을 많이 그리고

치열하게 읽는 사람을 직접 본적은 없다.

나도 많이 읽을때는 하루 11개를 5년여 정도 읽었었고

지금도 매일 4개를 읽고 스크랩하고 있다.

둘째, 책.

책이야 재야에 많은 고수들이 있겠지만

내가 직접 본 사람들 중에 매년 80-90권 이상을

28여년을 읽은 사람을 직접 본적은 없다.

셋째, 운동.

이것도 매일 아침 저녁으로 28여년을 해오고 있다.

많이 했을때는 직장다니면서 하루 7-8시간씩 5년여 정도를 했었다.

우리 회사는 물론이거니와 직, 간접적으로 만나 본 사람중에

나보다 운동을 치열하게, 오랫동안 한 사람을 보질 못했다.

그 외에도 몇가지 더 있지만 이정도만 적는다.

이 글을 쓰는 목적이 여기에 있지 않기에.

그렇다보니 내가 나름 눈이 좀 높고 성격이 까다롭다. ^^.

자기 나름대로 엄청 열심히 한다고 하면서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하지만

내 어두운 눈으로 보기엔

부족해 보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리고 막상 서로 맞붙어서 무언가를 해보면

내 전투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내 눈에도 훌륭해 보이는 인간이 가끔 있다.

지금 얘기하는 후배가 그런 인간이다.

이 후배는 나보다 10년정도 후배다.

제주와서 알게 되었는데 눈이 좋지 않아서

책상에 항상 고고학자들이 사용하는 것 같은

스탠드 같은 돋보기를 놓고 책을 본다.

핸드폰 글씨도 엄청 크게 해야 보여서

열글자 정도만으로도 핸드폰 화면 한가득이다.

그런데 그렇게 큰 글씨를 또 눈을 엄청 가깝게 가져다 대고 본다.

난 3미터 밖에서도 다 보이던데.

이런 눈으로 회사에서 지원하는 로스쿨도 1차 합격했다.

민법 한페이지를 난 2분 정도면 다 보는데

이 후배는 20분 이상은 족히 걸리는데도

그 많은 공부를 해서 1차를 합격한거다.

아쉽게도 2차에서 이런저런 사유로 떨어졌지만.

그래도 멈추지 않고 이런저런 분야에 끊임없이 도전한다.

서울에서 근무하다 제주 내려와서 10년정도 근무하다

작년에 서울로 다시 올라갔다.

아이들이 고등학생인데 서울에서 공부하고 싶다고 졸라서.

지금은 한달에 두세번 정도 통화하면서 지내고 있는데

이런 후배가 바로 옆에 없다는 것이 정말 아쉽다.

작년까지 4년정도 같이 근무하면서 서로 정말 많은 자극을 받고 배웠다.

내가 제주와서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 이 후배가 서울로 갔다는거다.

얼마전 이 후배가 연락을 하더니

“이메일 보냈으니 검토 부탁합니다” 한다.

그래서 메일을 열어봤더니 뭔 영문자료가 한가득이다.

image.png

구글링해서 읽어보니 요점은,

“‘스탠퍼드대 코드엑스(CodeX) 펠로우십’에 응시했는데

나를 추천인으로 했으니 혹시 스탠포드대에서 연락오면

잘 좀 얘기해 달라”는 거다.

그러면서 무슨 주제로 자기가 지원했는지 관련 자료를

보내니 미리 읽어보고 대답 잘 해달란다.

나는 이제 토익시험 접수했는데

이 녀석은 듣도 보도 못한 스탠포드대 펠로우십이라….

기는놈 위에 나는 놈이로구만!

같이 어울리는 사람중에 이런 동료가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이런 동료는 옆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은 자극이 되고 깨우치는 바가 크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난 특별한 사유없이 같은 사람하고

3개월 이내에 다시 밥이나 술자리 갖는 걸 극도로 자제한다.

특별한 사유도 없이 단지 만나면 편하다는 이유로

일주일에 한두번씩 어울리면서 술마시고 밥먹는 걸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다만 지금은 3개월까지는 아니고 2개월 정도지만.

또한 대부분의 남자들이 그렇듯이

특별한 목적도 없이 전화로 3분이상 수다떠는 걸 매우 싫어한다.

전화는 용건만 간단히! 두괄식 문법으로!

이런걸 좋아한다.

하지만 이 후배 만큼은 예외였다.

내가 시간이 될때마다 전화를 걸었고

제주에 같이 있을때는 회사에서 수시로 만나서 차마시고

저녁때는 같이 술마셨다.

지금도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도전을 하기전에 반드시 자문을 구하는 후배다.

종종 점심때 빈 사무실에서 둘이서

간단히 햄버거 등을 준비해와서 먹으면서

독서 토론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곤 했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면서 생활하는지,

앞으로 어떤 부분에 집중할 것인지 등을

서로 얘기 나누는 것만으로도 좋은 자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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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이 밥, 술, 고기를 거나하게 사줘도

집에 돌아오는 길에 ‘시간 아깝다’는 생각이 간절히 들면서

‘다시는 참석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술자리가 부지기수 였지만 이 후배만큼은

내가 밥하고 술을 사도 시간은 물론이거니와

돈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은 그런 후배였다.

이 후배하고는 그냥 만나서 수다만 떨고 헤어져도

나중에 가만히 생각해보면 배우고 느낀바가 많았다.

이런 후배가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것도 아니고

잠시 다녀오겠다는 건데도 많이 아쉽고 섭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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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 녀석이 펠로우십 합격해서 미국으로 2년 가버리면

그나마 종종하던 전화도 더 하기 힘들어질텐데

보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물론 내가 보내고 싶다고 보내고

안보내고 싶다고 안보내지는건 아니지만

스탠포드대에서 연락오면 뭐라고 할지가 살짝 고민되네.

스탠포드대에서 연락오면,

이녀석의 훌륭한 점을 사실대로 얘기 해줄까 아님,

“이놈은 인간 말종이고, 우리 회사에서도 내논 놈이라

도피할려고 미국으로 갈려고 하는데

만약 당신네 대학에서 받아들이면 당신네 대학 큰 실수하는 거다.

잘 생각해보고 현명하게 선택해라!”고 해버리까?

아! 고민이로다!

줄서 독서실 스터디카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천수로 52 . 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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