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들면서 보이는 세상의 다른 면들

나이가 들어 체력이 떨어지는 건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데 내가 캐치를 못하고 있는건가?

요즘들어 운동이 덜 땡긴다.

새벽 운동을 좀 게을리해도,

저녁 운동을 쉬어도 몸이 많이 찌부등하지 않을 뿐더러

무엇보다도 열이 받지 않는다.

작년까지만 해도 하루만 운동을 안하면

몸이 찌뿌등하면서 내 자신한테 화가 났는데

올해는 확실히 그런게 줄었다.

그런데 이런게 슬프다기 보다는 기쁘다.

난 오래전부터 운동을 좀 빡쎄게 해서 그런지

한두시간 적당히 운동해서는 몸이 개운하지가 않다.

3-40대 때 한참 테니스 칠때는 하루 8시간씩

5년여를 운동하기도 했고,

지금 하고있는 배드민턴 초창기만해도

여름에는 신발을 두개씩 가지고 다녔다.

땀이 흘러서 양말까지 다 적셔서 나중에는

신발이 물에 들어갔다 나온것처럼 질퍽질퍽 해지면

옷과 양말과 신발을 갈아신고 또 하곤 했다.

그렇게 운동하고 나면 온 몸의 모든 노폐물물이 빠져나간 느낌이 들면서

다리에 쥐가 나고 온 몸이 욱신욱신 쑤시면서도

시원하니 기분이 좋았다.

예전에 아버지들이 뜨거운 탕에 들어가시면서

“어~시원하다”하시던 감정을 운동하면서 이해하게 됐다.

작년까지 그렇게 운동을 계속 해왔는데

올해 들어 확실히 운동이 덜 땡긴다.

예전에 테니스 끊고 한동안 골프를 친적이 있었다.

새벽에 개인 연습하고, 점심 때 윈도우 나가서 렛슨받고,

저녁때 스크린 가서 밤 늦게까지 주구장창 쳤지만

테니스나 배드민턴 만큼 운동이 되지 않았다.

필드에 나가도 운동이 되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친한 사람들하고 필드에 나가면 난 카트를 안타고 뛰어 다녔다.

다른사람들 드라이브 칠 때 뒷쪽에서 퓨샵이나 스쿼트하다가

드라이브 치고나면 다음에 칠 채 2개 정도 들고 잽싸게 뛰어간다.

그러다가 공 15미터 정도부터는 걸어가면서 숨을 고른다.

공까지 뛰어가면 숨차서 공칠때 지장 있으니까.

그렇게 18홀을 반복하니까 운동이 조금 됐다.

하지만 이짓도 친한 사람들하고 필드 나갔을때나 할 수 있지

친하지 않은 사람들하고 나가니 그렇게 하기가 민망했다.

그래서 결국 골프를 그만 두었다.

제주에 오니 골프치기 정말 좋다.

저렴한 골프장은 도민 평일 8만원이다.

주말도 별로 안비싸다.

제일 좋은건 육지에서는 골프장이 가까워야 한두시간이고

보통은 2-3시간 이동하기에

새벽 6시 정도에 모여서 큰 차 하나에 골프백 다 옮겨 싣고,

가다가 적당한 곳에서 아침으로 해장국 먹고,

이동해서 골프치고 나면 하루가 다 가버린다.

그런데 여긴 제일 멀어봐야 한시간이다.

대부분 15분 정도만 이동하면 수준급 골프장이다.

오전에 일하고 오후만 휴가내도 충분하다.

그런데도 운동이 안되기에 제주 온지 5년째인데

초창기에 어쩔 수 없이 필드 5번 정도 나간 것 외에는

일절 골프를 안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 골프가 다시 마음속에 슬금슬금 다가온다.

그렇게 치고 싶던 배드민턴이 슬금슬금 멀어지는 느낌이 온다.

코로나 기간에도 새벽에 일어나 40분 운전해서

사설 배드민턴장을 찾아갔던 그 배드민턴이 멀어지려 하고 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기운이 떨어지는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세상의 다른 면을 보게 해주니까.

50대가 되고 나서 가장 좋았던 건

이성을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었다는 거다.

그 전까지는 세상의 모든 여자들을 여성으로만 보았는데

50대가 되고 나니 인간대 인간으로 보여지는거다.

여성들과 식사를 하거나 대화를 나눠도 대화에 집중이 되었다. ^^.

세상 모든 일엔 일장 일단이 있다.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는 법.

잃은 것에 슬퍼하기 보다는 얻은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그럼 슬슬 동네 골프 연습장이나 함 알아 보까?

줄서 독서실 스터디카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천수로 52 . 3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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