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우리 회사에 들어온 이래
초창기 10여년은 기억이 명확치 않지만
근 15여 년 동안은 물티슈나 각티슈를
단 1통도 사용해본 적 없다.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회사도
물티슈나 각티슈 등 사무실 비품은 공금으로 구매해서
창고에 놓아두고 각 개인은 필요하면 언제든지 가져다 쓰면 된다.
각 개인들에게 할당량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누구의 눈치를 보고 사용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필요하면 알아서 가져다 쓰면 된다.

그래도 난 근 15년 동안은 단 한통도 써본적 없다.
왜?
쓸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물티슈나 휴지가 필요할때는?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하루 평균 3번정도 화장실을 간다.
화장실을 이용하고 나면 화장실에 비치되어 있는 휴지가 있다.
손을 씻고 그 휴지를 사용한 후 그것을 다시 재활용한다.

보통 손만 씻으면 한장을 사용한다.
세수를 하면 두장을 사용한다.
그 휴지를 바로 버리지 않고 가져와서
10초 정도 책상 등을 닦아준다.
비록 10초정도지만 이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렇게 1개월만 하면 주변이 깨끗해지면서
사무실에서는 더 이상 닦을 곳이 없어진다.
나중에는 바닥은 물론이거니와 책상 밑 구석 구석은 물론
콘센트나 전선에 묻어 있는 먼지도 닦아주게 된다.

사무실에서 더 이상 닦아줄 곳이 없게 되면
이것들을 모아둔다.
그랬다가 집에 가져가서 사용하는데 그 용도는,
1. 비온 다음날 3-4장 정도에 물을 살짝 묻혀서 현관 바닥에 놓은 후
신발신은 발로 문질러 주면 현관이 깨끗해진다.
2. 불판에 고기를 구워먹고나서 불판이 뜨거울 때
이 휴지를 이용해서 불판을 1차로 닦아준 후
설거지를 하면 퐁퐁을 많이 사용하지 않아도 될 뿐더러
설거지도 간편해진다.
3. 집에서 공부하다가 몸이 찌뿌등하면 이 휴지를 꺼내
물을 살짝 묻혀 냉장고나 창틀을 닦아주면
잠도 깨고 운동도 되고 집도 깔끔해진다.
4. 공부하거나 책보다 쉴 때 3-4장 물에 적신 다음 바닥에 놓고
발로 구석구석 문질러 주면 하체 운동이 되면서도
집이 얼마나 깔끔해지는지 모른다.
우리 회사 화장실에 비치되어 있는 휴지는
내가 집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두루말이 휴지보다 훨씬
질기고 물에 젹셔도 잘 찢어지거나 뭉쳐지지 않기에
이런 용도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솔직히,
내가 우리 ‘줄서 독서실&스터디카페’에서 사용하는
핸드타월보다 회사 것이 훨씬 좋다.
가격도 거의 두배다.

이렇게 화장실 휴지를 재활용하면 좋은 점,
1. 두말할 필요없이 물자를 절약해서 쓰게 된다.
휴지를 만들기 위해서 매년 베어지는 나무가 얼마나 많은지는
굳이 따로 자료를 제시할 필요도 없지 않나 싶다.
나는 식목일날 산에가서 나무를 심지는 못한다.
대신 이런부분에서 자연보호를 실천할려고 노력한다.
2. 손을 깨끗이 씻게 된다.
화장실을 이용한 후 손 끝만 살짝 씻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렇게 하면 손을 손등까지 구석구석 씻게 된다.
왜?
손끝만 살짝 씻으면 휴지가 쪼끔만 적셔지게 된다.
그런 상태에서는 책상등을 닦을 때 잘 안닦인다.
손을 구석구석 씻고 나서 휴지를 한장만 사용하면
꽉 쨔도 물기가 나오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적셔져서
책상등을 닦기에 매우 좋다.
그러다보니 손을 골고루 구석구석 씻게 된다.
3. 책상을 안닦고 보관하게 되면 가습기 역할을 하게된다.
책상 아래 적당한 공간에 보관해 두었다가 다 마르면 집에 가져가는데
마르는 동안 미약하나마 가습기 역할을 한다.
그래서 내 피부가 좋은가? ㅋㅋㅋ.

나의 이런 행동들을 보고 종종 이런 말을 한다.
1. 그거 한두장 아껴서 무슨 도움이 되겠냐?
그러면 난 씩 웃으면서 아래 시를 혼자 읖조린다.
나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받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도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둘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조동화 시인의 나하나 꽃피어-
2. 선배님처럼 하면 휴지 만드는 공장들 다 문 닫겠어요?
그때도 혼자 씩 웃으면서 마음속으로 읖조린다.
니가 지금 대기업 걱정할 처지냐?
니 걱정이나 해라!
3. 어떤 놈한테는 이런 얘기도 들었다.
“그거 절도 아닙니까?”
이런 우라질 놈이!
형법 제329조에서 규정하는 절도죄에서의 절취행위란,
폭행이나 협박 없이 타인의 재물에 대한 점유를
그 의사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을 의미하기에
화장실에서 티슈를 뽑는 순간 그 티슈는 나의 재물이 되기에
설사 그걸 내가 버리거나 가져오더라도 절취행위가 아니라는게
나의 판례 해석이다 이놈아!
이젠 이게 몸에 장착되어서 휴지 2장 이상은 사용이 안된다.
회사 화장실에서 손만 살짝 씻고 휴지를 대여섯장씩,
그것도 두세번에 걸쳐 사용하는 사람을 보면
그러면 안되는데 나도 모르게 몸에 전율이 인다.
그래서 못본척하고 얼른 나와버린다.
주위 사람들한테 이런 얘기를 하면 긍정적인 평가보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더 많다.
1. “나이 들수록 깔끔해야 하는데 구질구질하다”
이런 얘기하는 사람들 책상에 가보면
너저분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책상 등을 한달에 몇번이나 닦는지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정말 구질구질한게 어떤건지에 대해 교육을 시켜주고 싶지만
부질없는 짓이란 걸 알기에 그냥 웃으며 넘긴다.
2. “화장실 휴지를 다시 재활용하는게
위생적으로나 보기에 좋아 보이지 않는다”
보기에 좋은게 꼭 모든 면에 좋은건 아니다.
어떤게 진짜 좋은건지는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그리고 위생적인 면만을 따진다면
방금 니 손을 닦았던 거잖아!
그렇게 비위생적이라면 니 손도 닦지 말았어야지!
이런 부정적인 평가를 듣기는 하지만
귀담아 듣지는 않을뿐더러 앞으로 개선할 생각도 없다.
내가 무슨 나쁜 짓을 하는것도 아니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그들에게 나처럼 하라고 강요하는 것도 아니기에
나의 지금 행동은 내가 지금의 회사를 다니는 한
계속될 것이다.
아~~
나는 왜 돈도 안되는 이런 쓰잘데기 없는 짓들을 해서
남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가?
나도 모른다.
그냥 이렇게 하는게 내 자신이 편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했을 때 마음이 제일 편안하다.
그래서 혼자 꿍시렁 거린다.
인생 뭐 있냐!
맘 편한게 장땡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