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가 되어가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신고를 해봤다.

국민신문고.

요즘 배달 오토바이들이 많아지면서

마후라를 불법 개조해서 타고 다니는 배달인들이 꽤된다.

그렇다보니 생각보다 엄청 시끄럽다.

특히 저녁 늦은 시간엔 너무 크게 들린다.

내가 거주하는 곳이 4층인데 나만 그런지 몰라도

오피스텔 전체가 쩌렁쩌렁 울리는 것 같다.

오래전부터 이런 오토바이를 보면

어떻게 처리할까에 대한 생각을 종종 해왔었다.

어제,

오피스텔 입구에 들어서는데 엄청 시끄러운

오토바이 한대가 입구에 섰다.

그러더니 우리 오피스텔로 올라간다.

아마 배달가는 것이리라.

원래 계획은 이런 오토바이들이 발견되면

아주 젊잖게 권고를 할려고 했다.

“너무 시끄러우니 내가 신고하기 전에

알아서 마후라를 원상복구해라”고.

그런데 헬멧사이로 얼굴을 살펴보니 젊다.

관상을 보니 내가 말한다고 들을 상이 아니다.

괜시리 긁으면 부스럼이 생길 상이다.

주인이 올라간 사이 사진을 한장 찍었다.

그리고 제주시청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시청에 바란다’란에 글과 사진을 올렸다.

내가 생각하는 시나리오는 이렇다.

이렇게 올리면 아마 시청이나 관할 경찰서에서

연락을 해서 이러이러한 신고가 들어왔으니

오토바이를 가져와서 검사를 받으라고 할 것이다.

그러면 그 오토바이 주인은 불법개조한 부분을 다시

원상복구 시킨 후에 검사를 받으러 갈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불편함을 겪었으니

다시는 불법 개조하지 않을 것이다.

이게 내가 바라는 시나리오다.

시청에서 연락이 왔다.

정확히 내 의도대로 잘 처리되었다.

배달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생활이 넉넉치 않을텐데

바로 과태료 처분할까봐 조금 걱정했는데

시정조치로만 해결된 것 같아 아주 기쁘다.

시청공무원이 조금 귀찮아서 그렇지

서로 큰 손해나 다툼 없이 잘 해결된 것 같다. ^^.

근데 요즘 불법개조한 오토바이를 보면서 드는 생각 하나!

요즘들어 배달이 많아지고 그에 따라 불법개조한

오토바이들이 많아져서 시끄러워 진거라면 다행이지만

혹 내가 나이들어가면서 예민해지는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살짝 든다.

후자라면 정말 큰일이다.

내가 꿈꾸는 노년상은,

나이들수록 귀도 잘 안들려지고,

타인의 과실은 잘 보이지도 않고,

왠만한 일엔 화도 잘 안나지고,

누가 뭐라 그래도 그려려니 하면서 이해도 되고,

주위에서 아무리 하찮은 걸 해줘도 고마운 마음이 들고,

그렇게 차츰 무던해져 가야지

나이들수록 더 예민해지면 매우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번일을 계기로 내 자신을 한번 더 돌아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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